나의 일을 시작하고 나서 여러 고객들을 만나며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시간을 살고 있다.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의 고정 고객이 되어준 사람이 대니얼이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지만 전문적인 직업으로 세 개의 회사에서 일하며 바쁘게 사는 전문 여성이다.
그녀는 내게 매주 세탁과 다림질을 부탁한다. 그녀는 바디 타월, 핸드 타월, 페이스 타월도 다리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티 타월, 한국말로 하면 마른행주까지 다려서 사용한다. 우리가 흔하게 입는 면 티셔츠도,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반바지도, 운동복도 다려 입는다. 그렇다고 그녀의 옷과 타월들이 비싸고 아주 좋은 상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보기에는 버려도 될 것 같은 색이 바랜, 오래 입어 몸통이 삐뚤어진 셔츠, 겨드랑이가 누렇게 변한 티셔츠도 다려달라고 한다. 그녀의 타월은 누레지고, 제대로 빨지 않아 여기저기 오랜 기름때로 누렇게 얼룩이 져,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가 보시면 갖다 버리라고 질색을 할 것 같은 상태의 것들도 다림질을 해 달라고 내게 보낸다.
그런데 색깔이 변한, 면 티가 오래되어 목 선이 비틀어져버린, 누렇게 색 바랜 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만나면, 희안하게도 그 옷들이 가지고 있는 많고 많은 문제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부드럽고 편안한 태도가, 그녀가 사용하는 정갈한 말씨가, 그녀의 온화한 얼굴이 그런 단점들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린다. 그녀가 사용하는 지적인 언어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의 눈과 귀를 그녀의 얼굴로, 그녀가 말하는 언어로, 대화의 내용으로 나의 주위를 집중시킨다. 그녀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이라는 것조차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으로 나타난다. 그녀와 대화를 나눌 때는 나 스스로 조심스러워지고, 똑똑하고 바르게 이야기하려고 긴장을 하게 된다. 그녀는 대화의 상대를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시키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양, 태도, 품성이 한 사람의 살아온 세월과 함께 몸과 마음에 쌓여 한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그 사람만의 분위기와 인상을 만들어 낸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말씨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이 그 사람의 지적 능력을 가늠케 한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매너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품위로 나타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품성과 분위기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것은 한 순간에 만들어 낼 수 없으며 단기간에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옷 차림새는 옷 입는 사람이 편안해야 하고, 단정해 보이고 깔끔하면 된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과하면 역효과를 나타낸다. 나의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단아한 옷매무새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젊었을 적에는 보여지는 것들에 참 많은 돈과 시간과 신경을 썼었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남들보다 뒤처져 보일까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었다. 옷에 떨어진 작은 얼룩에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얼룩을 없애느라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머리 한쪽 끝이 바깥으로 삐쭉 뻗어 나간 것을 바로 잡지 못하면 그것이 신경 쓰여 하루 종일 기분이 상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은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욕을 해도 그것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욕을 할까 늘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마음을 쓴다. 그러나 정작 나의 장점에 집중하거나 그것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고, 나의 장점이 더 두드러지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언어, 나의 태도, 마음가짐에 매 순간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사용하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나의 단점을 완전히 덮어버리고도 남을,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나의 말씨이며, 매너이며, 품위있는 태도이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나의 장점이 나의 단점을 완전히 덮어버리고도 남을, 나만의 향기를 내뿜고 싶다. 내가 가진 단점이 나만의 특별함으로 보일 수 있는 그날까지, 그렇기 위하여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해 충실히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